화폐 인물에 한국계 첫 선정…조폐국 2025년 발행 쿼터에
한국계 여성이 ‘25센트(Quarter)’ 동전 뒷면에 새겨진다. 연방 조폐국(USM)은 한국계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이 포함된 ‘2025 미국 여성 주화 프로그램’의 주인공 5명을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미국 화폐 사상 한국계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투병중 세상을 떠난 박 밀번(당시 33세)은 퇴행성 근육 질환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는 중증 지체 장애인이었다. 주한 미군이었던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 밀번은 청소년 때부터 장애인과 소외 계층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썼던 인권 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USM 벤트리스 깁스 국장은 “주화를 통해 여성들을 기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특권”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여성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 역사에 공헌하고 변화를 주도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박 밀번은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학창 시절부터 인권 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장애인이 겪는 부당함을 적은 글들이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박 밀번을 장애인협회 위원 등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성 소수자기도 했던 박 밀번은 지난 2007년 공립학교에서의 장애인 역사 교육 의무화 법안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를 통과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장애인 역사 인식의 달’로 제정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도 그가 주도했다. 지난 2014년에는 오바마 행정부 직속 기관인 지적장애인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박 밀번은 메소디스트 대학과 밀스칼리지를 졸업했다. 그는 평소 블로그 등에 자신을 ‘코리안-아메리칸 퀴어(queer)’라고 정체성을 밝히면서 북가주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샌프란스시코 등에서 기고 및 강연 활동 등을 하며 장애인, 유색 인종, 성 소수자 등을 위한 인권 운동에 목소리를 높였다. 박 밀번은 신장암 수술 직후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도 타인을 도왔다. 팬데믹 당시 암 투병을 하면서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 키트를 제작해 노숙자와 장애인을 돕기도 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생일(5월 19일)날 눈을 감았다. 이날 구글은 웹사이트 로고를 하와이 꽃과 함께 호랑이 꼬리에 감긴 안경을 쓴 여성의 그림으로 대신했다. 이 여성이 바로 박 밀번이었다. 박 밀번의 얼굴은 25센트 동전 앞면의 조지 워싱턴과 함께 뒷면에 새겨진다. 전국미술위원회(CFA)가 각 인물의 디자인을 제작했고, 시민주화자문위원회(CCAC)가 이를 검토 중이다. 박 밀번의 경우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검토 과정을 거친 주화 디자인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최종 승인을 하면 발행이 결정된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주화는 2025년에 공개된다. 주화 제조는 필라델피아와 덴버에 있는 조폐국 시설에서 제작된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바버라 리(민주) 연방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라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조폐국이 발표한 여성 명단에는 흑인 언론인 아이다 웰스, 천문학자 베라 루빈, 흑인 테니스 선수였던 앨시어 깁슨, 걸스카우트 창시자인 줄리엣 고든 로 등이 포함됐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인 여성 여성 주화 한국계 여성 장애인협회 위원